차용증 없이 빌려준 돈, 지금이라도 남길 수 있는 기록

친하게 지낸 거래처 사장에게 급하다는 말을 듣고 계좌로 800만 원을 보냈습니다. 차용증은 못 받았습니다. 남은 건 "다음 달 말까지 꼭 돌려줄게요"라는 카톡 한 줄과 이체 내역뿐. 두 달이 지나고 전화를 하면 받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다면, 지금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상대의 태도가 아니라 내 손에 남은 기록입니다.
이체 내역만으로는 '빌려준 돈'이 되지 않는다
돈을 보낸 기록은 남았는데, 그게 대여금인지 투자금인지 증여인지가 적혀 있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실제로 분쟁이 생기면 상대는 "투자였다", "이전에 받을 게 있어서 정산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체 내역은 돈이 오갔다는 사실만 보여줍니다.
차용증이 하는 일은 여기서 갈립니다. 얼마를, 언제, 누가 누구에게 빌렸고, 언제까지 갚기로 했는지를 한 장에 고정해 두는 것. 나중에 말이 바뀌어도 문서가 기준점이 됩니다.
차용증에 빠지면 곤란해지는 항목
형식이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손글씨여도 되고 워드로 작성해도 됩니다. 다만 아래 항목이 비면 나중에 다툼의 여지가 생깁니다.
- 채권자·채무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또는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
- 빌린 금액(숫자와 한글 둘 다), 빌린 날짜, 변제 기일
- 이자 약정이 있다면 이율과 지급 방법, 없다면 "무이자"라고 명시
- 갚지 않을 경우의 지연이자, 작성 날짜, 채무자의 서명 또는 도장
금액을 "팔백만원(8,000,000원)"처럼 두 방식으로 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숫자 하나가 지워지거나 고쳐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자를 정할 때는 법에서 정한 최고이율 한도를 넘지 않도록 확인해야 합니다. 한도를 넘긴 부분은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이미 돈을 보냈다면, 뒤늦게라도 받을 수 있다
차용증은 돈을 건네는 날에만 쓸 수 있는 문서가 아닙니다. 이미 빌려준 뒤에 작성해도 됩니다. 이때는 "20××년 ×월 ×일에 차용한 금액에 대하여"처럼 실제 이체일을 명시하면 됩니다.
문제는 상대가 서명을 미룬다는 점이죠. 이럴 때 무리하게 압박하기보다 현실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상환 일정을 다시 잡아주는 대신 문서로 정리하자고 제안하는 것. 3개월 유예를 주되 분할 상환 내용을 적은 차용증에 서명을 받는 식입니다. 상대에게도 얻는 게 있어야 서명이 나옵니다.
그래도 응하지 않는다면 차용증 대신 남길 수 있는 기록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문자나 카톡으로 "○월 ○일에 빌려드린 800만 원, 언제 상환 가능하신지요"라고 금액과 성격을 특정해서 보내고, 상대가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답하면 그 대화가 채무를 인정한 기록이 됩니다. 통화는 녹음보다 통화 후 요약 문자를 남기는 편이 정리하기 쉽습니다. 이런 기록을 모으는 순서는 미수금 회수 절차 정리해 둔 흐름을 따라가면 빠뜨리는 게 줄어듭니다.
공증까지 해야 하나
금액이 크거나 상대의 상환 의지가 불안하다면 공증사무소에서 공정증서로 작성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별도 소송 없이 강제집행으로 넘어갈 수 있는 형태로 만들 수 있어서입니다. 비용과 절차가 따르니 금액과 상황을 보고 판단하면 됩니다. 소액이라면 일반 차용증에 서명받고 사본을 서로 보관하는 것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놓치는 지점
서명은 반드시 채무자 본인의 손으로 받아야 합니다. 배우자나 직원이 대신 적은 서명은 나중에 부인당하기 쉽습니다. 도장만 찍혀 있고 자필 서명이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성한 뒤 차용증을 채무자에게만 주고 사진 한 장 안 남기는 분도 의외로 많습니다. 원본은 돈을 빌려준 쪽이 보관하고, 채무자에게는 사본을 주는 게 맞습니다. 최소한 스마트폰으로 전체 면을 촬영해 두세요.
변제 기일을 "형편 되는 대로"처럼 애매하게 적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언제부터 지연인지 계산할 기준이 사라지고, 소멸시효 계산도 복잡해집니다. 날짜를 못 정하겠다면 "20××년 ×월 말일"처럼 일단 특정해 두고, 필요하면 나중에 연장 합의서를 따로 쓰는 게 낫습니다.
문서를 앞에 두면 대화가 달라진다
말로만 독촉하던 관계에서 문서가 오가기 시작하면 상대의 반응도 바뀝니다. 차용증 서명을 요청하는 통지든, 이미 받은 차용증을 근거로 한 상환 요구든, 형식을 갖춘 문서 한 장이 기준선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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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안의 법적 효력은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중요한 사안은 전문가 검토를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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